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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선은 왜 북쪽으로 휘나

방구석콜럼버스에서 서울을 출발지로 두고 파리를 목적지로 고르면, 지도 위에 그려지는 선이 곧게 뻗지 않습니다. 위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가 유럽으로 내려앉습니다. 처음 보면 경로 계산이 잘못된 것처럼 보입니다. 잘못된 건 선이 아니라 지도입니다.

지구에서의 최단 경로는 지도에서 직선이 아니다

두 지점 사이의 최단 경로는 지구 표면을 따라갑니다. 지구 중심을 지나는 평면으로 구를 잘랐을 때 생기는 원, 그 원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이걸 대권 경로(great circle)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둥근 표면 위의 이 길을 평평한 지도에 옮겨 그릴 때 생깁니다. 어떤 방식으로 펼치든 구를 왜곡 없이 평면에 눕힐 수는 없습니다. 이 서비스는 등장방형 도법을 씁니다 — 경도와 위도를 그대로 가로세로 좌표로 쓰는, 가장 단순한 방식입니다. 만들기 쉽고 전 세계를 한 화면에 담기 좋지만, 고위도로 갈수록 가로 방향이 실제보다 크게 늘어납니다. 북쪽을 지나는 길은 그 늘어난 자리를 통과하므로 지도 위에서 위로 휘어 보입니다.

즉 선이 휜 게 아니라, 그 선을 담고 있는 지도가 위쪽을 잡아 늘린 것입니다.

서울에서 파리까지, 실제로 어디를 지나는가

이 서비스가 계산하는 서울–파리 대권 거리는 8,966km 입니다. 방위는 서울 기준 북북서쪽이고요. 파리는 서울보다 서쪽에 있는데 길은 북쪽을 향합니다.

그 경로를 따라가며 아래에 어느 나라가 있는지 훑으면 이렇게 나옵니다.

대한민국 → 북한 → 중국 → 몽골 → 중국 → 몽골 → 러시아 → 핀란드 → 스웨덴 → 덴마크 → 독일 → 네덜란드 → 벨기에 → 프랑스

중앙아시아나 중동을 거치지 않습니다. 시베리아를 가로지릅니다. 지도만 보면 훨씬 멀어 보이는 길인데, 지구본 위에서는 이쪽이 짧습니다.

뉴욕은 더 극적입니다. 서울–뉴욕 대권 거리는 11,053km 이고, 경로는 대한민국 → 북한 → 중국 → 러시아 → 캐나다 → 미국 순으로 지나갑니다. 태평양을 곧장 건너지 않고 북극에 가까운 쪽으로 돕니다. 평면 지도에서는 도무지 최단 경로로 보이지 않는 길입니다.

지도 위의 선과 실제 항공편은 다르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가 그리는 것은 순수한 기하학적 최단 경로이고, 실제 항공편이 지나는 길이 아닙니다.

실제 노선은 여기에 여러 가지가 얹힙니다. 영공 통과 허가가 필요하고, 분쟁 지역은 우회하며, 고고도의 제트 기류를 타면 연료가 덜 들기 때문에 일부러 돌아가기도 합니다. 계절과 그날의 바람에 따라 같은 노선도 매번 조금씩 달라집니다. 위 경로에 북한이 들어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 대권 경로는 그 위를 지나지만, 실제 여객기는 그 영공을 피해 갑니다.

그래서 경유지도 이상하게 뽑히지 않는다

경유지를 고를 때도 같은 계산을 씁니다. 후보 도시마다 "출발지에서 그 도시를 거쳐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를 직항 거리로 나눈 값, 즉 우회 비율을 구합니다. 1에 가까울수록 가는 길목에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에서 파리로 갈 때 이 비율이 1.4 이내인 도시는 211곳입니다. 후쿠오카는 1.12, 칭다오는 1.05가 나옵니다. 반대로 지구 반대편 도시들은 값이 수십까지 치솟아 후보에서 빠집니다. 그래서 파리 가는 길에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들르는 일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한 줄로

지도 위의 곡선은 이 서비스가 멋을 부린 결과가 아닙니다. 둥근 것을 평평하게 눕히면 생기는 일이고, 우리는 그걸 굳이 펴지 않았을 뿐입니다.

파리로 여행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