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정동쪽으로 계속 가면 다시 서울이다
서울은 북위 37.5665도에 있습니다. 같은 위도에 놓인 도시를 사전 524곳에서 골라 보면, 위도차 0.6도(약 67km) 안쪽에 외국 도시가 열 곳 있습니다.
| 도시 | 나라 | 위도 | 서울에서 |
|---|---|---|---|
| 미코노스 | 그리스 | 37.45 | 8,440km |
| 세비야 | 스페인 | 37.39 | 10,384km |
| 샌프란시스코 | 미국 | 37.77 | 9,029km |
| 코르도바 | 스페인 | 37.89 | 10,276km |
| 파묵칼레 | 튀르키예 | 37.92 | 8,139km |
| 아시가바트 | 투르크메니스탄 | 37.95 | 5,883km |
| 그라나다 | 스페인 | 37.18 | 10,278km |
| 아테네 | 그리스 | 37.98 | 8,516km |
| 파루 | 포르투갈 | 37.02 | 10,516km |
| 팔레르모 | 이탈리아 | 38.12 | 9,199km |
지중해와 이베리아반도, 그리고 캘리포니아입니다. 위도가 같으면 태양의 높이가 같으니 그럴듯한 목록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궁금한 건 다른 쪽입니다. 이 도시들은 서울과 같은 높이에 있으니, 옆으로만 가면 닿을까요.
위선은 적도보다 8,300km 짧다
서울의 위선, 즉 북위 37.5665도를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원의 길이는 31,730km 입니다. 적도 둘레 40,030km보다 8,300km 짧습니다. 같은 경도 1도가 적도에서는 111.2km인데 서울 위선에서는 88.1km입니다. 위로 갈수록 원이 작아지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도 위에서는 이 차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원을 정동쪽으로 따라가면 이런 순서로 지나갑니다.
대한민국 → 일본 → 태평양 8,504km → 미국 4,077km → 대서양 5,898km → 포르투갈 → 스페인 → 이탈리아 → 그리스 → 튀르키예 → 이란 → 투르크메니스탄 →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국경이 얽혀 번갈아 걸친다) → 중국 → 대한민국
육지에 닿는 나라가 열넷입니다. 31,730km 가운데 육지가 42.4%, 나머지 18,280km가 바다 입니다. 가장 긴 바다 구간은 일본 동해안에서 캘리포니아까지 8,504km, 가장 긴 육지 구간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중국 동해안까지 5,736km입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나라 열넷, 바다 두 번이면 끝입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그 선을 그리지 않는다
방구석콜럼버스에서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이으면 화면에 나오는 선은 옆으로 뻗지 않습니다. 북쪽으로 부풀어 알류샨 열도 쪽을 스치고 내려옵니다. 위선을 따라가는 것보다 그게 짧기 때문입니다.
| 목적지 | 대권 | 위선 따라 | 차이 | 대권의 최고 위도 |
|---|---|---|---|---|
| 아시가바트 | 5,883km | 6,046km | +2.8% | 43.2° |
| 파묵칼레 | 8,139km | 8,625km | +6.0% | 49.7° |
| 아테네 | 8,516km | 9,100km | +6.9% | 51.3° |
| 샌프란시스코 | 9,029km | 9,748km | +8.0% | 53.6° |
| 세비야 | 10,384km | 11,719km | +12.9% | 62.5° |
| 파루 | 10,516km | 11,891km | +13.1% | 63.3° |
샌프란시스코는 719km, 파루는 1,375km를 아낍니다. 아끼는 대가로 경로가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파루행은 북위 63도, 아이슬란드 남쪽 바다와 같은 위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북위 37도인데 경로의 65%가 북위 50도 위를 지납니다. 샌프란시스코행도 70%가 북위 45도 위에 있습니다.
왜 옆으로 가면 손해인가
지구 위에서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길은 대권, 즉 지구 중심을 지나는 평면이 표면과 만나는 원입니다. 적도와 모든 자오선은 대권이지만, 적도가 아닌 위선은 대권이 아닙니다. 북위 37도선은 지구 중심이 아니라 그보다 위쪽을 지나는 평면으로 자른 원이라서, 그 위를 따라가는 건 지구를 빙 둘러 가는 것이 됩니다.
경도차가 클수록 손해가 커집니다. 아시가바트는 경도차가 69도라 2.8% 차이지만, 파루는 135도라 13.1% 차이입니다. 경도차가 180도에 가까워지면 대권은 극을 넘어가고 위선은 반대편 끝까지 돌아가야 하니 차이가 훨씬 벌어집니다.
확실하지 않은 것
- 거리는 지구를 반지름 6,371km 구로 보고 계산했습니다. 실제 지구는 극 쪽이 눌린 타원체라 적도 둘레는 40,075km에 가깝습니다. 이 서비스는 계산 전체를 구 모형으로 하고 있어 여기서도 같은 기준을 썼습니다.
- 위선이 지나는 나라와 육지 비율은 지도에 쓰는 저해상도 도형(Natural Earth 1:110m)을 0.02도 간격으로 찍어 센 값입니다. 해상도가 낮아 작은 섬과 좁은 해협은 빠집니다.
- 도시 좌표는 도심의 한 점입니다. 넓은 도시는 위도가 0.1도쯤 흔들립니다.
같은 위도에 있다는 건 태양이 같은 높이로 뜬다는 뜻이지, 옆으로 가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자꾸 후자로 읽히는데, 그래서 화면의 선이 자꾸 북쪽으로 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