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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는 사막 한가운데 붉은 바위 하나다

울루루를 지도에 표시하면 먼저 주변의 빈칸이 눈에 들어온다. 그다음에 가운데 놓인 붉은 바위 하나가 보인다. “사막 한가운데 붉은 바위 하나”라는 문장은 대상이 작다는 뜻이 아니라, 주변을 덜어 내야 비로소 한 대상의 윤곽이 생긴다는 뜻에 가깝다.

도시는 대개 주변의 도시와 함께 설명된다. 울루루는 반대로 주변이 멀리 물러나 있다. 앱에서 목적지로 잡은 좌표는 -25.3444, 131.0369다. 이 한 점을 확대할수록 화면은 더 많은 정보를 보여 주기보다, 한 점을 둘러싼 넓은 공간을 보여 준다. 가상의 여행이 도착한 뒤에도 일정이 갑자기 촘촘해지지 않는 이유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대권

서울에서 울루루까지 대권 거리는 7,008 km이고, 방향은 남쪽이다. 평면 세계지도에서는 남쪽으로 곧장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면 위의 최단 경로를 펼쳐 놓은 선은 화면의 투영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지도에서 보이는 빈 공간은 이동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도시 이름으로 잘게 나뉘지 않은 거리다.

서비스가 표시한 상공의 순서는 South Korea → Indonesia → Australia다. 나라 세 곳을 지나지만, 화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나라 목록보다 바다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 이름 붙일 지점이 적을수록, 한 도시의 위치를 이해하려면 도시가 아니라 위도와 경도를 먼저 보게 된다.

8.7시간이라는 빈칸

순항 속도 시속 850km와 지상 이동 0.5시간을 가정한 추정치는 약 8.7시간이다. 실제 운항 시간이나 연결편을 뜻하지 않고, 7,008 km를 사람의 하루 감각으로 옮긴 값이다.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도착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이에 도시와 도시 사이의 긴 구간이 통째로 들어 있다.

울루루의 대척점은 25.3, -49.0이며 **바다 한가운데(육지 없음)**다. 한쪽에는 사막 한가운데의 한 점이 있고, 반대편에는 육지가 없는 바다가 있다. 지구 반대편을 계산하는 일은 목적지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목적지의 고립감을 숫자로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멀리 있는 곳으로 가는 가까운 경유지

울루루로 향하는 후보 목록의 첫 줄에는 의외로 다롄이 나온다. 서울에서 493km, 우회비율 1.10이다. 후쿠오카는 540km·1.01, 나가사키는 597km·1.01, 히로시마는 606km·1.03이다. 목적지에서 가까운 도시들이 아니라 출발지에서 가까우면서도 전체 선을 크게 늘리지 않는 도시들이다.

칭다오는 610km·1.07, 벳푸는 627km·1.02, 마쓰야마는 667km·1.03, 다카마쓰는 730km·1.05다. 숫자만 보면 길목은 촘촘해 보이지만, 그 도시들을 지나도 마지막에는 여전히 넓은 남쪽의 빈칸이 남는다. 경유지는 빈칸을 없애지 않는다. 어디까지 왔는지 잠깐 표시할 뿐이다.

울루루를 한 문장으로 적으면 결국 붉은 바위 하나가 된다. 그 문장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확해서 오래 남는다. 서울에서 7,008 km를 건너고, 인도네시아와 호주 상공을 지나고, 가까운 경유지 여럿을 거쳐도 마지막 화면에는 한 점과 넓은 여백이 함께 나타난다. 어떤 장소는 많은 것을 보여 줘서 기억되고, 어떤 장소는 주변이 비어 있어서 기억된다.

확실하지 않은 것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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