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는 여정의 한가운데에 있지 않다
여정을 재생하면 선이 지도 아래쪽으로 내려갑니다. 어느 순간 적도를 넘지만 화면에는 아무 표시도 뜨지 않습니다. 사전 524곳 가운데 남반구에 있는 89곳을 전부 목적지로 두고, 서울에서 그은 선이 위도 0도를 지나는 지점을 찍어 봤습니다.
4,177km보다 가까이에서는 넘을 수 없다
서울은 북위 37.5665도입니다. 정남쪽으로 내려가 적도에 닿으면 4,177km 입니다. 이보다 가까운 적도 지점은 없습니다. 실제로 가장 이른 통과는 딜리행으로, 서울에서 4,179km 지점에서 적도를 넘습니다. 이론상의 최솟값과 2km 차이입니다.
목적지가 아무리 가깝거나 멀어도 이 값은 줄지 않습니다. 남반구로 가는 모든 여정은 적어도 4,177km를 달린 뒤에야 적도를 만납니다.
25.4%에서 넘기도 하고 99.8%에서 넘기도 한다
| 목적지 | 총 거리 | 적도까지 | 전체의 |
|---|---|---|---|
| 우수아이아 | 17,777km | 4,515km | 25.4% |
| 시드니 | 8,329km | 4,384km | 52.6% |
| 케이프타운 | 13,714km | 7,378km | 53.8% |
| 발리 | 5,257km | 4,299km | 81.8% |
| 리우데자네이루 | 18,133km | 15,295km | 84.3% |
| 나이로비 | 10,109km | 9,873km | 97.7% |
| 키토 | 15,107km | 15,084km | 99.8% |
우수아이아행은 17,777km짜리 여정인데 4분의 1 지점에서 이미 남반구로 들어갑니다. 남은 13,000km를 전부 남반구에서 달립니다. 키토행은 정반대입니다. 15,107km를 거의 다 와서, 도착 23km 전에 적도를 넘습니다. 키토가 남위 0.18도에 있기 때문입니다.
적도를 반환점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선이 어디서 그 선을 넘는지는 목적지의 위도가 정합니다. 멀리 갈수록 적도가 뒤로 밀리는 것도 아닙니다. 발리는 5,257km 여정의 81.8% 지점에서, 시드니는 8,329km 여정의 52.6% 지점에서 넘습니다. 서울에서 잰 거리로는 4,299km와 4,384km, 85km 차이입니다.
89곳 중 71곳은 바다 위에서 넘는다
통과 지점을 육지·바다로 나누면 71곳이 바다 입니다. 남은 18곳의 발밑에 있는 나라는 이렇습니다.
| 나라 | 그 나라 위에서 넘는 목적지 |
|---|---|
| 인도네시아 | 5곳 |
| 에콰도르 | 4곳 |
| 브라질 | 4곳 |
| 콜롬비아 · 콩고민주공화국 · 소말리아 · 우간다 · 케냐 | 각 1곳 |
재미있는 건 목적지의 나라와 통과 지점의 나라가 대개 다르다는 점입니다. 아루샤(탄자니아)로 가는 선은 소말리아 상공에서, 키갈리(르완다)로 가는 선은 우간다 상공에서 적도를 넘습니다. 우유니와 라파스(볼리비아), 푸노(페루)로 가는 선은 셋 다 에콰도르 상공에서 넘습니다. 남미 서쪽으로 내려가는 경로가 태평양을 건너 대륙에 처음 닿는 자리가 거기라서 그렇습니다.
통과 지점의 경도는 서경 174.5도에서 동경 177.3도까지 흩어져 있습니다. 적도를 거의 한 바퀴 쓰는 셈입니다. 대권은 지구 중심을 지나는 평면이 표면과 만나 생기는 원이고, 그 평면을 정하는 것은 출발지와 목적지 두 점입니다. 적도와는 정확히 두 곳에서 만나는데, 그중 어느 쪽을 쓸지는 경로가 정합니다.
화면에는 표시되지 않는다
이 서비스는 적도를 그리지 않습니다. 위도선도, 국경선도 없습니다. 재생되는 것은 대권으로 보간한 선과 도시 이름뿐입니다. 그래서 남반구로 넘어가는 순간은 눈에 띄지 않게 지나갑니다.
추천 여행지 84곳 가운데 27곳이 남반구에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목적지로 고르면 선은 반드시 위 표의 어딘가를 지납니다. 대개는 아무 표시도 없는 바다 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