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를 100개 넣으면 지구를 세 바퀴 돈다
방구석콜럼버스에서는 경유지 수를 0부터 100까지 고를 수 있습니다. 숫자를 올릴수록 지도 위의 선이 길어진다는 건 짐작이 가는데, 얼마나 길어지는지는 감이 잘 안 옵니다. 실제로 재봤습니다.
서울에서 파리까지
직항 거리는 8,966km입니다. 경유지 수를 바꿔 가며 300번씩 여정을 만들어 평균을 냈습니다. 어느 도시가 뽑히는지는 매번 달라지므로 한 번만 재면 의미가 없습니다.
| 경유지 | 평균 총거리 | 직항 대비 |
|---|---|---|
| 0 | 8,966km | 1.00배 |
| 1 | 10,257km | 1.14배 |
| 3 | 12,589km | 1.40배 |
| 6 | 16,131km | 1.80배 |
| 12 | 23,400km | 2.61배 |
| 25 | 37,972km | 4.24배 |
| 50 | 66,801km | 7.45배 |
| 100 | 125,819km | 14.03배 |
기본값인 경유지 3개에서 12,589km. 직항의 1.4배입니다. 하나 들를 때마다 대략 1,200km씩 붙는 셈인데, 서울에서 도쿄를 왕복하는 거리와 비슷합니다.
100개를 넣으면 125,819km입니다. 지구 둘레가 40,030km이니 세 바퀴를 조금 넘게 도는 거리입니다. 파리 한 번 가려고요.
뉴욕은 더 심하다
같은 계산을 서울–뉴욕에 돌리면 이렇습니다.
| 경유지 | 평균 총거리 | 직항 대비 |
|---|---|---|
| 0 | 11,053km | 1.00배 |
| 3 | 18,303km | 1.66배 |
| 12 | 36,049km | 3.26배 |
| 100 | 195,493km | 17.69배 |
직항이 더 먼데도 배수가 더 큽니다. 100개에서 17.69배, 195,493km로 지구 네 바퀴 반입니다.
이유는 길목에 놓인 도시의 밀도 차이입니다. 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대권 경로는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며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합니다. 그 아래로 도시가 촘촘하니 경유지를 끼워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반면 서울–뉴욕 경로는 태평양과 북극권을 지나갑니다. 그 위에는 도시가 거의 없으니, 경유지를 채우려면 경로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까지 끌어와야 합니다.
왜 한 개에 1,200km씩 붙지 않고 점점 가팔라지나
경유지 하나하나는 "우회 비율 1.4 이내"라는 조건을 지킵니다. 출발지에서 그 도시를 거쳐 목적지로 가도 직항의 1.4배를 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조건은 도시 하나씩만 봅니다.
각각은 길목에 있어도 그 도시들을 순서대로 다 이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울에서 조금 북쪽, 다음은 조금 남쪽, 다시 북쪽으로 지그재그를 그리게 됩니다. 하나씩 볼 때는 모두 "가는 길"인데 전부 이으면 톱니 모양이 됩니다. 경유지가 늘수록 톱니가 촘촘해지고, 그래서 배수가 선형이 아니라 가파르게 자랍니다.
재생 시간도 같이 늘어난다
거리가 늘면 볼 것도 늘어납니다. 전체 재생 시간이 18초로 고정돼 있던 때에는 경유지 12개를 넣으면 구간당 1.4초여서, 도시 이름을 읽기도 전에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구간 수에 비례해 늘어나고 상한이 75초입니다. 경유지 100개짜리 여정은 75초, 16배속으로 보면 4.7초입니다.
그래서 몇 개가 적당한가
실용적으로는 36개입니다. 직항의 1.41.8배 정도라 "돌아서 갔다"는 느낌은 나면서도 일정이
납득 가능한 범위에 있습니다.
100개는 실용이 아니라 농담에 가깝습니다. 정착지가 102곳이 되고, 도시마다 1~3박씩 붙으니 여정이 300일쯤 됩니다. 지구를 세 바퀴 돌며 10개월을 떠도는 일정이 만들어집니다. 안 갔으니 다행입니다.